尙書의 追憶旅行

star 演藝人 畵報

“28년간 청순한 역할, 이제 탈피하고 싶었어요”

李榮培 2023. 6. 15. 10:00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최승희를 연기한 배우 명세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0년대를 대표한 청순 여배우 명세빈이 28년 만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4일 시청률 18%로 종영한 JTBC 인기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그는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는 최승희 역을 맡았다. 로맨스물에서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을 주로 맡아온 그에겐 도전이자 연기적 변신이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명세빈은 “생각지 못한 반응에 신이 난다”며 “20대 때 받던 관심을 또 받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를 잘 몰랐던 20, 30대들도 ‘닥터 차정숙’을 통해 명세빈이란 배우에 친숙해졌다. 이 작품은 의대를 졸업하고 평범한 주부로 살던 차정숙(엄정화)이 대학병원 레지던트로 일하면서 더 이상 가족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정숙의 남편 서인호(김병철)는 같은 병원에 있는 가정의학과 교수이자 첫사랑 승희와 바람을 피우면서 정숙을 기만한다.

 

명세빈은 데뷔 28년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비슷한 역할만 반복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캐릭터가 끌렸다. 청순가련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걸 탈피하고 싶었는데 ‘닥터 차정숙’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하게 돼 기뻤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 승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승희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자를 20년 넘게 바라보며 살아왔다. 인호와 이어지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의 아이를 낳았다. 명세빈은 “작품에서 승희는 외적으로 화려하지만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연애 감정뿐만 아니라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인호를 만나 소울메이트 같은 감정을 나누는 관계가 됐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비록 승희는 인호와 불륜을 저지르며 정숙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마지막에는 승희 역시 성장한다. 인호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미혼인 명세빈은 정숙처럼 주부로서 오랜 시간 살아본 적은 없다. 다만 비슷한 나이대로 향하고 있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쉰이라는 나이는 연기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할 때잖아요. 저 역시 이 나이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감사해요. 자신감이 더 생기고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어요. 승희뿐만 아니라 명세빈도 성장한 것 같아요.”

 

1996년 신승훈의 ‘내 방식대로의 사랑’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명세빈은 ‘종이학’, ‘태양속으로’ 등에 출연하며 청순 여배우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여러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해왔다. 명세빈은 “1년에 한 작품씩은 꼭 했다. 연기자가 일을 안 하면 뻑뻑해지고 기름칠이 안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의 삶을 표현하고 위로해주는 작업이 아닌가 싶어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나는 배우구나’하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 제가 인생의 반을 살아왔다면 미래의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 돼준 작품 같아요. 앞으로도 예전 명세빈과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