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 한물가고 소형 SUV 수요 세분화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코나(KONA)가 더욱 커진 모습으로 고객과 만날 예정이다. 코나는 앞서 새롭게 출시된 현대차 신차들처럼 덩치를 키워 새롭게 탄생했다. 현대차는 더욱 커진 신차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줄곧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객들이 더 큰 차를 원했다는 뜻이다.
18일 현대차가 공개한 코나 2세대 완전변경모델 ‘디 올 뉴 코나’의 전장은 이전 모델(4205㎜) 대비 145㎜ 길어진 4350㎜에 달한다.
차량 실내공간 규모를 좌우하는 축거(휠베이스)도 60㎜ 연장된 2660㎜로 설계됐다. 디 올 뉴 코나(이하 신형 코나)의 전장은 지난 2020년 상반기까지 판매된 현대차 투싼 3세대 부분변경모델(4475㎜)과 125㎜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연장폭으로 따질 경우 신형 코나가 차급을 넘어선 수준으로 커진 셈이다.
현대차가 신차를 이전 모델보다 더욱 크게 만든 사례는 전에도 존재했다. 지난해 출시한 그랜저 7세대 완전변경모델의 전장은 4990㎜에서 45㎜ 늘린 5035㎜에 달했다. 2020년 하반기 세대교체한 투싼의 전장도 4475㎜에서 4630㎜로 155㎜나 길어졌다.
최근 더욱 커진 신차들의 공통점은 현대차의 최신 내연기관차용 차체인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부분이다. 2019년 쏘나타 8세대 완전변경모델부터 도입한 3세대 플랫폼은 2세대 플랫폼 대비 더욱 단단하고 가벼워진 특성을 갖췄다. 이와 함께 비교적 좁지만 안전성을 확보한 엔진룸 덕분에 탑승공간을 더욱 확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현대차가 배기량 하향조정(다운사이징), 실내 거주성 개선 등 최신 차량 설계 트렌드를 반영해 플랫폼을 개발한 결과다.
세단 가고 SUV 수요 세분화…변해야 살아남는 코나
다만 현대차가 실내 거주성 측면에서 다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소형차인 코나의 크기를 굳이 키운 것은 일면 도전적인 시도로 비친다. 넓은 실내공간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투싼이나 싼타페 같은 상위 차급 모델을 선택지로 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가 지난 2017년 출시 두달 만에 1만1000여대 판매한 코나의 고객들에게 설문한 결과 차량을 구매한 주 요인으로 가격, 연비, 디자인, 사양 등을 꼽았다. 실내 거주성에 주목하는 고객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코나의 제원과 세단(sedan) 수요 양측간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단의 인기가 갈수록 사그라드는 동안 SUV의 라인업이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세단은 보닛, 탑승공간, 트렁크 등 크게 세 개 영역으로 구성된 차량을 의미한다. 통상 그랜저, 아반떼 등 차량이 세단으로 분류된다.
자동차 전문 미디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세단 신차 판매량은 전년(56만8325대) 대비 12.9% 감소한 49만4951대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SUV 신차는 69만6899대에서 5.4% 증가한 73만4573대 판매됐다. SUV 수요는 최근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소형 세단 액센트(Accent)를 단종시키는 대신 소형 베뉴(Venue), 경형 캐스퍼(Casper) 등 작은 SUV를 잇따라 도입했다. 이 중 베뉴의 전장은 4040㎜으로 기존 코나의 전장과 165㎜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베뉴는 코나보다 연비도 더 높은 등 코나 수요를 간섭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성을 갖췄다.
캐스퍼는 더욱 저렴할 뿐 아니라 경차 관련 세제혜택 등을 적용받는 차량이다. 지난해 출시 직후 판매량을 기준으로 국내 경차 1위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두 차량이 코나의 기존 강점을 퇴색시키는 모양새다. 현대차가 더 큰 차체로 코나의 실내 거주성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美 트루카 “고객은 편한 차 원해, 편하려면 커져야”
동일 차량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사례는 현대차 뿐 아니라 해외 여러 완성차 브랜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조사들이 더욱 넓고 편리한 차량을 원하는 고객 성향을 고려해 더 큰 신차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트루카(Truecar)는 “제조사들이 소비자 요구사항에 따라 추가 편의, 편안함, 다용도성 등을 어떻게든 갖추려 하다보니 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이제) 자동차가 모든 모양과 크기로 제공됨에 따라 모든 소비자를 위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다만 신형 코나의 크기를 키울 뿐 아니라 제원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사양들로 고객경험을 차별화하는데 차량 개발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1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2열 수평(풀플랫) 시트, 19인치 흡음 타이어 등 실내외 사양으로 탑승 중 편의를 크게 높였다. 이밖에 더욱 넓어진 차량에 제어기 등 부품을 추가 장착한 뒤 각종 신기능을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문선회 현대차 현대내장디자인2팀 책임연구원은 “신형 코나의 실내 공간은 커졌을 뿐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링과 경험 요소 등을 다양하게 도입했다”며 “이에 따라 집처럼 넓고 편안한 리빙 스페이스(생활 공간)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