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자동화' 첨단 자주포 '풍익'과 '비격' / 박물관 갈 자주포의 혁명 / 자주곡사포 ‘풍익’ 자주박격포 ‘비격’ / 블록버스터 K9 못지 않은 첨단 성능 / 1분 이내에 초탄 발사 / 자동화된 사격통제장치와 GPS 갖춰 / 풍익, ‘노후 견인포 재활용’
K2 전차, K9 자주포 등 한국산 지상무기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최근 폴란드는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을 주문했다. 튀르키예에 전차 개발 기술을 이전한 사례는 있지만, 국산 전차를 직접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능동방어장치와 강력한 120㎜ 활강포, 자동장전 기능을 갖춘데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혹한 성능까지 입증되면서 최근 몸값이 날로 치솟는 있는 모습이다.
K9 자주포는 이미 세계 최강 반열에 올랐다. 동시탄착(TOT) 사격과 자동장전 기능, 빠른 초탄 발사, 고속 주행,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정밀 타격 등 기능 측면에선 따라올 자주포가 많지 않다. 지난해 호주에 30문이 수출됐고 올해 2월엔 이집트에 200문을 수출하는 등 수출 수량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이런 자랑스러운 형님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아우도 있다. 바로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자주곡사포 ‘풍익’과 자주박격포 ‘비격’이다. 특히 풍익은 이름이 낯설다. 제식명칭은 ‘K105A1‘. 이 자주포에 풍익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사연이 있다.
고(故) 김풍익(1921~1950) 중령. 그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6일 오전 의정부 전선에 있었다. 당시 물밀듯이 내려오는 북한군의 T34 전차를 막으려면 대전차 화기가 있어야 하지만 가진 것은 105㎜ 곡사포 5문뿐이었다.
하지만 포병장교였던 김 중령은 좌절하지 않았고 부대원들과 105㎜ 포를 끌고 도로로 내려가 적 전차를 기다렸다. 산모퉁이를 돌아 50m 앞까지 다가온 적 전차는 직사포로 쏜 포탄에 맞아 파괴됐다. 그러나 곧 후속 전차의 포탄이 날아들어 김 중령과 대원들은 그 자리에서 산화했다. 김 중령의 희생으로 적 전차들은 길이 막혀 진격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K105A1 자주포에 붙은 이름 풍익은 이런 김풍익 중령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래서 초탄을 발사하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이어 사격 지휘차량의 공격 정보를 받아 1분에 최대 10발씩 포탄을 빠른 속도로 사격합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처치 곤란이었던 ‘105㎜ 견인포’ 포신을 재활용해 만든 장비라는 점이다. 105㎜ 포는 과거 오랜 사랑을 받았지만, 방열부터 많은 운용병이 필요하고 화력은 약해 2000년대 이후 차례로 퇴출됐다. 포탄도 창고로 들어가 빛을 보지 못했다.
┃“박격포도 곡사포처럼 자동화”…박물관 갈 뻔한 곡사포 첨단 무기로 돌아와
하지만 최근엔 105㎜ 포의 장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공간을 많이 차지 하지 않는데 155㎜ 포보다 빠른 속도로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점에서 10㎞ 이내 근거리 전투에서 필요성이 높아졌고 그래서 탄생한 게 풍익 자주포다.
견인포는 최소 9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반면 풍익 자주포는 운전병까지 포함해 5명이면 운용할 수 있고 기동력을 갖춘 5t 트럭엔 15㎏ 무게의 고폭탄 60발을 실을 수 있다. 심지어 포 방열을 해제하고 차량을 움직이는데 30초면 충분해 ‘치고 빠지기’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자동화된 사격통제장치와 GPS를 장착해 지형과 관계없이 자동으로 포가 정렬되고 포탄이 어디에 떨어지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운용병 보호를 위해 포 좌우에 강철 방호벽을 세웠고 차량 앞쪽엔 12.7㎜ K6 중기관총을 장착해 적의 공격에 대비 했다. 노후 곡사포를 재활용하고도 공격력과 차량 안전성이 월등해 육군은 풍익 자주포를 첨단무기 전투여단인 ‘아미타이거’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비격 자주박격포역시 상식을 뒤집어 성공적으로 개발한 무기다. 비격이라는 이름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둥’이라는 뜻을 담았다. 신관과 폭발형 포탄을 써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벌벌 떨게 한 ‘비격진천뢰’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주박격포는 이미 이전에도 있었다. 4.2인치 박격포를 K200 궤도형 장갑차에 장착한 K242라는 장비였다. 문제는 K242는 일반 박격포와 마찬가지로 병사의 눈에 의존해 사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초탄 명중률이 높지 않았고 사실상 차량에 박격포를 싣고 다니는 것 외엔 그다지 장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반면 비격 자주박격포는 K200A1 장갑차에 자동화된 ‘120㎜ 박격포’를 장착했다. 자동화된 사격통제장치와 장전장치를 갖춰 포 방열과 조준, 장전, 발사까지 모두 버튼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풍익과 마찬가지로 정지 후 1분 이내 초탄 발사가 가능하다. 이름 그대로 ‘날벼락’처럼 갑자기 하늘에서 포탄이 쏟아지도록 했다.
박격포도 곡사포처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맺은 결실이다. 곡사포는 포 후미에서 포탄을 넣지만 박격포는 포구에 넣어야 해 자동화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비격 자주박격포는 로봇팔을 활용, 빠른 속도로 급탄하는 기능을 갖췄다.
초탄에서 명중시키지 못하면 안 될 정도로 120㎜ 박격포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운용병은 운전자 1명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 36발을 적재하고 있고 1분당 최대 8발의 고속 발사도 가능하다. 사거리는 4.2인치 박격포의 2배 수준인 최대 12㎞까지 늘어났다.
비격 자주박격포는 풍익 자주포와 나란히 ‘아미타이거’에 소속돼 대규모 양산이 이뤄지고 있다. 두 자주포 모두 양산 비용이 저렴한 장점도 부각되고 있어 이들이 K9 자주포나 K2 전차처럼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육군무기가 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