尙書의 追憶旅行

親姻戚 寫眞

고등어 알고 사기

李榮培 2022. 5. 12. 21:50

 

                                           

 

  고등어 알고 사기

 

생김새 다르고 성미도 다르고
입맛 또한 다른 게 人之常情.
꽃만 보면 코를 갖다대고 육고기보다 푸성귀를 좋아하고 게 중에서도 향이 나는 것이면 다 좋아하는 게 내 식성이다. 또 있기만 한다면 생선 또한 가리지 않는 편인데, 통풍(痛風)에는 등푸른생선을 가급적 피하라 듣고서도 나중에 아플 때 약 먹지...하는 심산으로 고등어하고도 친하다.

양념 몇가지가 떨어져 시장엘 갔다. 단 돈 100 원이라도 싸게 파는 곳이 북적거리는 시장이라 큰시장을 가서 지나치려니 멍게도 피조개도 전복도 보였다. 여기서 멍게, 피조개, 전복을 들먹이는 까닭은 웬만큼만 해도 그 녀석들 입맛을 안 다시고는 못 지나쳤던 터였음에도 어제는 호주머니 화폐사정이 안 좋아 꿀꺽만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고.

버스를 타러 큰 길쪽으로 모퉁이를 돌아나오려는 순간 팔뚝만 한 고등어가 눈에 들어왔다. 생선은 비싸더라도 큼지막한 것이 한 맛 더 있다. 비싸더라도 큰 놈을 사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얼음 위에는 큼직한 고등어가 네마리 얹혀있었고 그 밑에 16절지 크기의 마분지에 13,000 원이라 쓰여 있었다.

몇 번 사봐서 알지만 생선같은 생물은 어황(漁況)에 따라 값이 들쭉날쭉한다. 쌀 때는 한 상자에 만원할 때도 있다.
눈도 시퍼렇고 몸통도 탱글탱글 하고 갓 잡아 올린 것인 양 윤기가 좌르르르 해 보였다.  그걸 네 마리 얹어놓고 13,000 원이라니!
시쳇말로 도둑놈 뒷전에서도 그리는 못 사겠다 싶어 주세요! 했다.

"구워 드실 겁니까?
아니면 졸임예?"

"구워 먹을라고요"

"간도 해드릴까요?"

"너무 싱겁지 않게요"

그러고는 고등어 대가리를 썰고 배도 따서 내장을 꺼낸 뒤 소금쳐서 주는데 달랑 두 마리만 주는 것이었다.

"왜 두마리만 줍니까?"

"거기 쓰여 있잖아요
두마리에 13,000원..."

그 말을 듣고 다시보니 가격표 왼쪽 하단에 일부러 안 보면 놓칠 크기로 조그맣게 두/마/리 라고 쓴 글자가 보였다.

"거...보세요.
두마리 13,000 원 맞잖아요"

맞았다.  분명히 두마리라 쓰여있었고 내가 그걸 현미경으로 안 본 탓이었다.
이미 고등어는 소금쳐서 장만 되어있었고 나는 희끗한 머리에 저쪽은 젊디젊은 아낙네였다. 시비를 걸 여지가 없었다. 사기를 당했나?하면 당연히 사기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바가지를 썼나?해도 바가지는 아니었다.  그 아줌마는 시세대로 팔았겠으니까.

흰웃음이 나오면서 작년에던가 새벽장에서 쑥갓을 살 때가 생각났다.
쑥갓이 맛있게 보였기로 그저 지나가는 말로 얼맙니까? 했을뿐인데 그걸ㅈ그냥 비닐봉지에 담으면서 '이거예?  이천원예..' 했다.  그러면서 더 보태기로 "오늘은 재수가 좋겠네..  신사양반이 마수걸이를 해줘서!" 했다.

날더러 신사라 해주고 마수걸이라 하는데는 도저히 안 살 수가 없었다.  그걸 어찌 안 살 수가 있나.

쑥갓팔던 그 할머니나 고등어 값을 작게 써 헷갈리게 한 오늘의 아짐씨나

그들은 이미 물건 팔기에는 도가 튼 사람이었다.

오늘 또 나는 한 수 배웠다.